
1. 정부가 지금 추진하는 핵심 변화부터 정리

기후에너지환경부(이하 기후부)가 12월 17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밝힌 ‘탈플라스틱 종합대책’ 방향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.
- 카페 일회용 플라스틱 컵, 무상 제공 금지 → 유상 판매(컵값 별도)
- 빨대는 재질 상관없이, 손님이 요청할 때만 무료 제공
- 대형 카페·제과점부터 매장 내 종이컵 사용 단계적 금지
여기에 더해,
- 플라스틱 컵을 생산자책임재활용제(EPR) 대상에 포함해
→ 프랜차이즈 본사·제조사에게 수거·재활용 의무를 지우고, - 제품 기획 단계부터 환경 영향을 줄이는 ‘한국형 에코디자인’ 제도 도입 계획까지 같이 발표했습니다.
일단 큰 그림은
“일회용컵·빨대를 ‘당연한 서비스’가 아니라
돈을 내거나, 필요할 때만 쓰는 물건으로 바꾸겠다”
라고 보시면 됩니다.
2. 일회용컵 규제, 실제로 어떻게 바뀌나?

2-1. 테이크아웃 컵값, 100~200원 ‘최저선’ 생긴다
앞으로 카페에서 테이크아웃을 할 때는 이렇게 됩니다.
- 지금까지
- 음료값 안에 컵·빨대 비용이 모두 들어가 있음
- 앞으로(계획)
- 음료값 + 컵값을 별도로 청구
- 컵값은 매장이 자율적으로 정하되,
최소 100~200원 정도는 받도록 정부가 ‘하한선’을 설정
기후부는 현재 플라스틱 컵 가격을
- 일반 시장: 50~100원
- 프랜차이즈 본사 공급단가: 100~200원 수준으로 보고,
최소한 원가만큼은 소비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습니다.
즉, 앞으로는
“일회용컵 = 그냥 공짜 용기”가 아니라
“눈에 보이는 추가 비용이 붙는 선택지”가 되는 겁니다.
2-2. 종이컵 – 매장 안에서는 점점 퇴장
종이컵이라고 해서 다 허용되는 것도 아닙니다.
- 카페·제과점 등 규모가 큰 휴게음식점에서
→ 용량이 큰 종이컵의 매장 내 사용을 단계적으로 금지 - 작은 종이 물컵은
- 인건비·설거지 부담 때문에 소규모 식당에서 많이 쓰고 있어
- 실태조사 후 규제 여부를 따로 검토한다는 입장
문재인 정부 때 한 번 종이컵 매장 내 사용을 막았다가,
총선 앞두고 규제를 풀었고,
이제 2년 만에 다시 규제를 부활시키는 흐름이라
“오락가락 행정”이라는 지적도 같이 나옵니다.
2-3. 빨대 – 플라스틱이든 종이든, “요청 시에만”
현재 법상으로는 플라스틱 빨대가 이미 ‘매장 내 사용 금지’ 대상이지만,
계도기간을 사실상 무기한으로 줘서 유예 상태였죠.
이번에 방향이 이렇게 바뀝니다.
- 플라스틱뿐 아니라 종이빨대·기타 재질까지 포함해 ‘모든 빨대’
- 매장에 비치해두고 자유롭게 가져가는 방식 금지
- 손님이 요청할 때만, 무상 제공 가능
- 필요 시 단속까지 하겠다는 방침
즉, 앞으로는
“그냥 컵만 나오고,
빨대는 말해야 주는 구조”
가 일상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.
3. 한 번 되짚어보기 – 종이빨대 업체 ‘줄도산’ 논란

이 부분이 이번 글에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입니다.
사실 정부의 일회용품 정책은 이미 한 번 종이빨대 업계에 큰 상처를 남긴 전력이 있습니다.
3-1. “정부 믿고 설비 투자했는데, 재고 2억 개…”

2022~2023년, 환경부(지금의 기후부)는
- 카페·식당에서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를 예고하고
- 1년간 계도기간 후 본격 단속을 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.
이 신호를 믿고
- 여러 중소기업이 종이빨대 설비 투자·인력 확충에 나섰고,
- 정부·지자체도 “친환경 전환”을 내세워 종이빨대 업체를 홍보했습니다.
그런데 계도기간이 끝나기 직전,
환경부가 플라스틱 빨대 단속을 사실상 무기한 연기하면서 상황이 뒤집어집니다.
그 결과:
- 종이빨대 업체들이 떠안은 재고만
업계 추산 1억 4천만 개 ~ 2억 개에 이르고, - 상당수 업체가 기계 가동을 멈추고 사실상 휴·폐업 상태에 놓였다는 보도가 잇따랐습니다.
3-2. “정책 믿은 죄밖에 없다” – 국감장까지 간 호소
2025년 국회 국정감사에서는
종이빨대 업체 대표들이 직접 참고인으로 출석해 이렇게 증언했습니다.
- “정부 정책을 믿고 수십억 원을 설비와 기술 개발에 투자했다”
- “직원 40명 넘던 회사가 10명 이하로 줄었고,
집을 팔아가며 버티는 업체도 있다” - “정책을 믿은 죄밖에 없다”
업계에 따르면
- 종이빨대 업체가 17개에서 6개 수준으로 줄었다는 주장도 나오고,
- 재고를 팔기 위해 공동 판매 사이트를 열어서
직접 소비자에게 판매에 나섰다는 기사도 있었습니다.
언론과 시민단체는 이 상황을 두고
“정부가 ‘일회용품 줄이기’를 외치며 투자하라고 해 놓고,
갑자기 정책을 뒤집으면서
중소 친환경 업체를 벼랑 끝으로 밀었다”
라고 강하게 비판했죠.
4. 그럼 정부는 종이빨대 사태를 어떻게 수습하겠다고 하나?

기후부·환경부 쪽의 공식 입장은 대략 이렇습니다.
- 소상공인·업계 부담 고려해서 규제를 유예했다
- 카페·자영업자의 비용 부담, 소비자 불편 등을 이유로
플라스틱 빨대 규제를 실제로 강행하지 못했다는 설명.
- 카페·자영업자의 비용 부담, 소비자 불편 등을 이유로
- 종이빨대 업체 지원·해결책은 따로 논의 중
- 환경부 장관은
중소벤처기업부, 소상공인연합회, 카페협회 등과 간담회를 열고
종이빨대 재고 문제는 공공부문 사용 확대 등으로 해결 방향을 찾겠다고 밝혔습니다. - 일부 기사에서는 저리 대출·경영안정자금 등 금융 지원 방안도 거론됐지만,
업계에서는 “대출은 대책이 아니다, 당장 재고 판로와 실질 보상이 필요하다”는 반발이 큽니다. - 결론은 별다른 대책이 없습니다.
- 환경부 장관은
- 이번에는 ‘한국형 에코디자인’으로 더 일관된 기준을 만들겠다고 약속
- 제품 설계 단계에서부터
“어떤 재질이 실제로 환경에 더 나은지”를 표준화해
정책 일관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입니다.
- 제품 설계 단계에서부터
하지만 업계 입장에서는
“이미 한 번 크게 당해 본 상황에서,
이번 정책 방향을 또 믿고 투자를 해야 하느냐”
라는 불신이 남아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.
5. 이 정책, 결국 어디로 갈까? (방향과 문제점)
5-1. 방향 자체는 “탈플라스틱 강화”로 굳어지는 중
전문가들 대부분은
우리나라 일회용품 규제가 유럽 등 주요국보다 아직 약한 편이라고 보고,
장기적으로는 “규제 강화로 갈 수밖에 없다”고 말합니다.
이번 컵값·빨대 정책도
- 이전 정부에서 한 번 뒤집혔던 규제를
- “이제는 후퇴 말고, 방향을 확실히 정하자”는
정치·정책적 메시지로 볼 수 있습니다.
그래서 “완전히 안 한다”로 돌아갈 가능성은 낮고,
“시기·대상·금액 조정” 정도만 조율되며
큰 흐름은 그대로 갈 가능성이 큽니다.
5-2. 소비자 입장 – 사실상 ‘컵 세금’처럼 느껴질 수 있다
실제 카페 이용자 입장에서 보면:
- 이미 음료 가격에 포함돼 있던 컵 비용이
앞으로는 따로, 눈에 보이게 100~200원 붙는 구조 - 자주 카페를 이용하는 사람일수록
체감 물가 상승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.
전문가들 중 일부는
컵값과 음료 원가를 실제로 어떻게 구분해 관리할지 불투명해서,
결국 커피값만 더 오를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합니다.
즉,
“텀블러 사용이 진짜로 많이 늘지 않으면,
소비자 부담 + 카페 수익 보전 구조가 될 수 있다”
는 지적입니다.
5-3. 제조업체 입장 – “또 한 번 방향 바뀌면 끝”
종이빨대 업체들은 이미
- 일회용컵 보증금제 축소
- 플라스틱 빨대 규제 유예
등으로 매출 반 토막·인력 1/4 수준까지 줄어든 상황입니다.
여기에 다시
- 컵값 유상화
- 빨대 요청제 전환
- 에코디자인 기준 도입
같은 큰 변화가 예고되면서,
업계에서는
“이번에도 정책이 바뀌었다가 또 뒤집히면
정말 업계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”
는 위기감이 큽니다.
즉, 방향성보다 더 중요한 건 ‘정책 일관성’인데,
지금까지의 오락가락 행정이 이미 신뢰를 많이 깎아먹은 상태라는 거죠.
6. “텀블러 들고 다니세요” – 실용적인 해법일까?

정책을 쭉 모아보면, 결국 메시지는 이겁니다.
“일회용컵, 공짜로 쓰지 마세요.
계속 쓰고 싶으면 돈 더 내고,
싫으면 텀블러 들고 다니세요.”
환경 측면에서만 보면 틀린 말은 아닙니다.
하지만 현실성을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.
6-1. 텀블러가 진짜 ‘친환경’이 되려면?
여러 LCA(제품 전 과정 평가) 연구들을 보면,
- 재사용 컵(텀블러·리유저블 플라스틱·스테인리스 등)은
- 제조할 때 일회용보다 더 많은 에너지·탄소가 들어가고
- 세척 과정에서도 물·세제·전기가 듭니다.
- 대신 여러 번 쓰면서 이 부담을 나누는 구조이기 때문에
- 보통 20~100회 이상 반복 사용해야
→ 일회용컵보다 환경적으로 유리해진다는 결과가 많습니다.
- 보통 20~100회 이상 반복 사용해야
즉,
텀블러는 “사는 순간” 친환경이 되는 게 아니라,
“오래·자주 쓸 때” 비로소 친환경이 됩니다.
6-2. 실제 생활 패턴은 어떨까
문제는 사람들의 행동입니다.
- 텀블러 여러 개 사놨다가
- 세척 귀찮아서, 들고 다니기 번거로워서
- 다시 일회용으로 돌아가는 경우
- 출근길엔 텀블러를 들고 나왔다가,
- 점심 이후 카페 갈 땐 또 안 들고 나오는 경우
이런 패턴이 흔한 만큼,
정책이 텀블러 개인 사용에만 의존하면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.
그래서 해외에서는
- 매장에서 사용하는 공용 다회용컵 시스템(빌려서 다른 매장에서 반납)
- 도시 단위의 리유즈 컵 회수·세척 인프라
같은 걸 같이 깔면서 정책을 운영하는 추세입니다.
지금 우리 정부 대책에는
이런 인프라 로드맵이 상대적으로 약하게 보인다는 점이 아쉽습니다.
7. 정리 – 정책의 방향은 맞을 수 있지만, ‘어떻게’가 문제
마지막으로, 이번 카페 컵값·빨대 규제를 한 줄씩 정리해 보면:
- 방향
- 일회용컵·빨대 사용을 줄이고
- 탈플라스틱을 강화하려는 큰 방향 자체는
기후위기·폐기물 문제를 감안하면 필요한 흐름입니다.
- 문제점
- 일회용컵 가격을 전 국민에게 일괄 전가하는 방식이
사실상 ‘컵세’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점 - 한 번 종이빨대 정책을 뒤집어
재고 2억 개·줄도산 위기까지 만든 전력이 있어,
이번에도 업계·소비자가 정부 정책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 - 텀블러 개인 사용만 강조하고,
다회용 인프라·소상공인 지원·제조업체 보호 대책은 상대적으로 부족해 보인다는 점
- 일회용컵 가격을 전 국민에게 일괄 전가하는 방식이
- 정부가 꼭 보완해야 할 부분
- 종이빨대 업체처럼 정부 정책을 믿고 투자했다가 피해를 본 기업들에 대한
실질적인 지원·보상 방안을 명확히 제시할 것 - 컵값 유상화를 하더라도,
- 텀블러·다회용컵 인센티브
- 공공·민간 리유즈 시스템
- 상생형 비용 분담 구조
를 함께 설계해서
“카페 수익만 늘어나는 구조”가 되지 않도록 막을 것
- 앞으로는 정책을 내놓기 전에
환경·산업·소비자 측면의 영향 평가와 로드맵을 먼저 보여줄 것
- 종이빨대 업체처럼 정부 정책을 믿고 투자했다가 피해를 본 기업들에 대한
결국,
이번 정책의 핵심은 “일회용 문화와 진짜 결별할 준비를 시작하자”는 신호입니다.
하지만 한 번 종이빨대 업체를 대상으로
“정부를 믿은 죄밖에 없다”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상처를 남긴 만큼,
이번에는 정책의 속도보다 ‘신뢰 회복’과 ‘일관성’이 먼저 챙겨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.
그 지점이 보완되지 않으면,
컵값 100~200원이 환경보호가 아니라
그냥 “또 하나의 부담”으로만 남게 될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입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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